“스트레스를 돈으로 푸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인정할게요.. 하지만 명품백 한두개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요?”

네…한 두개 정도는 괜찮습니다(너무 의외의 답이였나요?^^)
단, ‘명품앓이’, ‘명품중독’은 안됩니다~!!!

"가위로 잘게 잘라 조각을 내고, 물을 살짝 넣어서 믹서기에 잘 갈아주세요~!!!"
"오모 오모"  "웬일이야"

흔한 요리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믹서기에 잘게 갈린 건, 야채나 채소 등의 음식재료가 아니라 380만원 상당의 명품백이기 때문이죠.
이것은 명품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방송된 바 있는 TV프로그램 중 일부입니다. 뇌리에 오래 남을법 하죠.

하지만 명품에 대한 논의는…이러한 쇼킹한 퍼포먼스 한번으로 종결될만한 간단한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부모님께 받는 용돈만으로 명품쇼핑을 하며 즐긴다는 ''4억 명품녀''가 질투 반, 두려움 반으로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명품 쇼핑으로 인한 카드값을 막기 위해 20억원의 사기를 친 40대 여성의 기사도 심심치 않게 인터넷을 달구는, 명품이 이제는 우리 삶 깊숙히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자리잡게 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명품이 뭐길래 우리들의 마음을 이렇게 사로잡는 걸까요.

내 인생도 명품이 되고 싶어...

사실, ‘명품’은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한 예술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100년, 200년 동안 쌓아온 브랜드 역사와 철학…그리고 여기에 얽힌 수많은 사연, 이 모든 스토리의 기본이 되는 창업자의 정신 등이 한데 어우러져 진정한 ‘명품’이 만들어 지기 때문이죠. 이러한 스토리는 무시된 채, 결과에만 집중한다는 것은 참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인정을 받는 훌륭한 ‘명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비단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문제는…’지나침’이 아닐까요? 월급의 상당부분을 명품구입에 올인하면 우리가 꿈꾸는 ‘경제적 독립’은 언제 이루시려구요? 보암직한 명품들이 나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건 아니잖아요…

일부 학자들은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을, 5:4:1 법칙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유전적 요인이 5, 삶에 대한 태도가 4, 그리고 외부 환경은 1이라는 아주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론상으로는 단10% 밖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외부 환경이 ‘명품’이라는 옷을 입고 나타나서는 이 시대의 평범한 여자들의 행복지수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솔직히 말하면 부러울 때가 더 많습니다.
TV속 드라마를 봐도, 인터넷 기사를 봐도, 심지어 미용실에 진열되어 있는 여성 잡지를 봐도 명품 브랜드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지는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명품백 한두개는 있어야 하지 않나’ 라며 스스로 최면을 걸기도 합니다.

(단, 합리적인 계획을 통해 소비하는 건 괜찮으니 너무 불편해 하지는 마세요^^ 자…그 다음으로 넘어가 볼까요?)

사실 명품 옷을 입고 명품 가방을 손에 들면, 마치 내 인생도 명품이 될 것 같은 황홀감에 도취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내가 아닌 또다른 내가 된 것 같은 행복한 기분마저 들게 되죠. 현실에서의 나는 초라하지만 내가 걸치고 있는 명품 브랜드는 나를 고급스러운 상류층 으로 포장해 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만 싶습니다. 누가 뭐래도 난 특별하니까요,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이런 소비 심리를 ''환상형 소비 유형’ 이라고 설명합니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을 쓰면 자신이 더욱 예뻐진 것처럼 느껴지고, 명품 핸드백을 들면 한순간에 좋은 집안 출신이 된 것 같은 기쁨을 느끼게 되죠. 김 교수는, 현실 속의 자신에 대해 불만이 많고 자기애 성향이 강한 20, 30대 젊은 소비자들에게서 이러한 모습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떠세요? 우리가 왜 명품에 열광하는지 대충 감이 오시나요? ( 이쯤해서 ‘난 절대 그렇지 않아’라고 하시는 독자들이 계신다면… 아랫 글은 pass하시길^^)
정체성아~ 너 지금 어디있니?

우리는 기본적으로 남과 나를 구분시켜 남이 나를 알아봐주었으면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철부지 꼬마들이 부모한테 자기를 봐달라고 떼쓰는 것과 비슷한 이치죠.
다른 사람의 시선에 집착하고, 그 시선에 나의 모습을 끼워 맞추려 하는 우리... 만일 현실의 모습이 그토록 추구하는 명품 브랜드와 멀어진다면, 그래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드러낼 만한 게 사라진다면, 나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은 어떻게 설명하실 건가요? 한없이 초라하게만 느껴질텐데…. 여러분은 과연 자신의 정체성을 어디에서 찾으시겠습니까? 어느 칼럼니스트의 말처럼 ‘나는 명품이 싫다’라고 당당히 외치지는 못하겠지만, 나에 대한 자존감은 명품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찾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나만의 장점을 살려서 말이죠.

아직도 명품 한 두개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박박 우기시는 분들~!!! 명품을 구입하기 위한 합리적인 저축플랜을 세우시거나, 3개월내의 할부금으로 구매할 능력이 되신다면, 한번쯤은 사 보시길 조심스레 권해드립니다. (아니면 명품을 척척 사줄 만한 남자친구를 선택하시면 더 좋겠죠^^;) 조금 비싼 대가를 치르겠지만 사실 안해보고 어떻게 알겠습니까? "